때는 바야흐로 2개월 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눈이 내리던 12월 겨울,
나는 어김없이 2210에서 ㄷㅇㄱㅎ을 외치고 있었다.
그때 네임드 레이디 클랜에 유저 "민희"(가명)를 만났다.
굳이 듀오하면서 브리핑 따위 필요없었지만..
디스코드를 접속했고, 그녀를 친구추가후 방으로 불렀다.
그렇게 듀오를 몇판하고, 친창은 놔둔 상태로 민희는 갔다.
얼마후 빡사를 하고 있었는데, 민희에게서 귓말이 왔다.
"용병 구해용" (귀여운 서든 폰트까지..)
난 빡사를 멈추고 바로 민희의 퀵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4:4 3보급 클랜전을 했고, 여성 유저 2명의 퀵에선
나는 제리 스나 부럽지 않기 때문에 마블 스나를 들었다.
그렇게 몇판 후, 디코에는 민희와 나 둘만이 남았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민희에게 물었다.
"몇살이에요?"
그러자 민희는 웃으면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몇 살 같은데요?"
여자들의 한 살이라도 어리다는 말을 듣고싶은 좆같은
심리인걸 알지만 그래도 난 이렇게 말했다.
"20살..?"
그러자 디스코드 방은 민희의 웃음소리로 가득찼고,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한걸음 가까워졌다.
그렇게 카카오톡까지 주고 받았고 우리는 일상 생활에도
연락을 하며 크리스마스에 서로 서든말곤 할게 없었기에
만나서 술 한 잔 하기로 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
어머니의 구박소리가 방 밖에서 퍼져나온다.
"어떻게 서른 넘어서 취업할 생각은 안하고 방구석에 틀어앉아서 컴퓨터만 만지작 거리니, 엄마도 이제 60이다. 너 어떡할라그러니"
라는 말을 뒤로하고 엄마 주머니 속에서 카드를 슬쩍 빼온 뒤 집 밖을 나섰다.
내 나이 32, 여자를 만난 경험은 남중 남고를 나왔기에
초등학교 짝꿍, 퀵매치말고는 없었고 무척이나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가 사는 부평에 도착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고
"여보세요?" 라는 한마디에
온몸에 세포가 반응을 했고 저 멀리에서
금발머리의 부츠를 신은 그녀를 발견했고
우리는 만났다.
"오빠 생각보다 귀엽게 생겼네?"
이 말을 들었고 나는 오늘밤 잘하면 32살의 외로웠던
회포를 푸는 순간이 오겠구나 싶었고
우리는 낡은 노포집에 도착하여 파전과 막걸리를 주문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살짝 레트로 감성 좋아하는데 여기 분위기 너무 좋다. 나 노포집 완전 좋아하는데"
이 말을 듣고 나에게 시그널을 보내는구나 싶어
"노포집 많이 좋아해?"
라 말하자 그녀는 "응"이라고 대답했고
나도 회심의 한마디를 날렸다.
"나도 노포인데 ㅎ"
그러자 그녀는 표정이 일그러지며 자리에서 일어나
"미친 씨발새끼"
라 말하고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32년만에 처음 내게 살랑살랑 다가왔던 민희의 마지막
모습이였다.. 그날 난 막걸리를 혼자 2병 가량 마시고
인근 피시방에 도착하여 2210에 들어가 외로움과 슬픔을
달래줄 여자를 찾기 위해 ㄷㅇㄱㅎ을 처절하게 외쳤지만
오는 귓말은 "저 써배 유저인데 혹시 빡사 용병 가능할까요? 서플 기록 있습니다"라는 덜렁이들의 귓말 뿐이였고
나는 무너질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친창에서도 민희의
닉네임은 볼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오늘도 2210에서 ㄷㅇㄱㅎ을 외치고 있다.
혹시 민희가 다시 나에게 귓말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